박노을 작가 블로그

비워지는 마음과 자라나는 마음

  • No.
  • 46625

  • 창작년도
  • 2022

  • 종   류
  • Acrylic on canvas

  • 크   기
  • 130.5×80.5㎝

작가의 한마디
나는 극히 일상적인 소소한 풍경을 그림에 옮긴다. 온전히 혼자가 될 수 없기에 혼자이고 싶은, 그럼에도 어떤 땐 어떠한 것에라도 위로 받고 싶은 마음이 일상적인 사물을 불러 들인다. 집 안에서, 컵과 주전자에게서, 화분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주전자의 연기가, 자라나는 식물의 잎과 열매가 서로의 감정에 공감해주고 무언의 대답을 던진다. 컵 안의 온기는 영원히 식지 않고, 자라는 식물은 시들지 않으므로 위로 받을 수 있는 시간은 어쩌면 영원할지도 모르겠다.

 매일 자라나는 생각에 몸을 맡기기_ 이병국(시인)

 

차곡차곡 쌓여 가는 이미지가 있다. 출발은 하나의 사물에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내 시야로 들어와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를 잡는다. 그러고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흙과 물과 바람과 해”를 만나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운다.

하나씩 둘씩 “생각과 생각과 생각과 생각이” 만나 자란다. 누군가는 잡념이라고 치부하고 한쪽으로 치우려고도 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쉬울까. 한 잔의 물컵에 떨어진 물감 한 방울이 번지는 것을 보면 생각이란 녀석도 그렇게 번져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잡념이라고, 쓸데없는 공상이라고 하지만, 그것이 쌓이고 쌓여, 모이고 모여 한 편의 시가 되고, 한 점의 그림이 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의 연쇄는 우리의 의지 너머에 있어 어쩌지 못할 때가 많다. 저기 어딘가에서 매일매일, 혹은 매 순간 무럭무럭 자라나, 집을 짓고 길을 내어 마을을 이룬다.

이곳과 저곳이 멀리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듯이. 생각이 생각을 불러오는 것처럼 내가 너를 불러오고, 우리라는 관계를 만들어 낸다.

박노을의 작품들을 만나면 그것이 어떻게 시각적으로 재현될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잔 위에 잔을 놓고 그 위에 다시 잔을 쌓는다. 층층이 쌓인 잔들은 제각각의 색으로 자신을 증명한다. 위태롭지만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믿음으로 “나름의 정리” 중인 셈이다.

제멋대로이고 어디쯤에서 멈출 것인지 모르지만, 그것들은 그 어딘가에서 나름대로 정리된다. 그러고는 “뿔뿔뿔뿔이 나”는 것처럼,

평형을 이루는 조화가 어느 지점에서 하나의 큰 정념으로 자리 잡는다. 뿔처럼 자라난 싹들이 화분을 넘어 대지를 채우듯이, 위태로운 혼란 끝에 닿는 어떤 평형의 상태라고나 할까.

나는 그 앞에서 가슴을 쓸어내며 숨을 한번 몰아쉬게 된다. 그리고 가벼운 미소를 짓는다. 불안과 안심을 동시에 느낀다.

박노을은 그것들이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함께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매일 자라나는, 알 수 없는 생각의 연쇄가 그러하듯이.

   매일의 생각들은 그 자체로 독립적인 각각의 집을 이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제외되어 있지만 박노을의 세계를 살필 때 일련의 집을 그린 작품들을 빼놓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모두 저마다의 형태로 어울러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골목을 끼고 서로 연결되어 있거나 길로 이어져 있다.

그게 아니어도 서로서로 등을 맞대고 있거나 겹쳐 있다. 원환적(圓環的) 구조로 서로 맞닿아 있는 집들은 동네를 이루고 마을을 이룬다.

어깨를 마주하고 있는, 혹은 서로가 서로를 잇고 있는 이러한 세계는 박노을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무리를 이룬 꽃의 형상처럼 혹은 보글보글 솟아오르는 말풍선의 빗금들처럼 더불어 함께 있음, 랑시에르 식으로 말하면 사이에-있음(étre-entre)으로서 함께-있음(étre-ensemble)이다.

물론 여기에서 정치적 주체의 장소를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박노을의 작품이 내면화하고 있는 바는 비어 있는 공간들을 통해 자기가 다른 자기와 관계를 맺어 하나를 형성하는 주체화 과정처럼 보인다.

그것은 또한 전형적인 투시도법에서 벗어나 평면적 공간으로 재배치되면서 종적 위계를 멀리하고 횡적 포용의 지점으로 나아간다.

하나의 완벽한 세계를 이루는 캔버스의 세계. 그러나 그것이 더 넓은 세계를 지향하며 캔버스 밖으로 뻗어 나간다. 그림도 자라나는 중이라고 해야 할까.

생각이 자라나듯 집과 집이 맞닿은 곳의 여백이 하늘에 닿고 하늘은 캔버스 밖의 세계로 연결된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역설적으로 사물을 통해 캔버스 밖을 안으로 끌어 들인다.

주전자든 컵이든 혹은 화분이든, 그것들이 생성하는 말풍선은 캔버스 밖 다채로운 해석의 틈새에서 비롯된 감정을 (빗금 친 목소리와 새싹의 이미지로) 캔버스 내부로, 동일성의 확장 가능한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다.

사람이 부재하는 그림이 오히려 사람을 그림 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그럼으로써 개별적 존재로서 주체의 부재를 이야기하며 작품을 더욱 다양한 의미망에 놓이게 한다.


함께걸면 어울려요
작품구매시, 구매하신 작품에 대하여 아트뮤제에서 보증하는 작품보증서가 함께 첨부됩니다!
ARTMUSEE is a company specializing in art exhibition.
If you are an Original Artwork Collection, we will send you a certificate of work.
보증서내용
  • 작품상세정보
  • 작품구매날짜 및 아트뮤제날인
작품구매상담
02-543-6151

같은 작가의 작품 더 보기

배송안내

배송일 : 5-12일이내 (토,일 공휴일 제외)
배송비 : 30만원이상 무료배송
해외주문,도서산간,작품무게,규격 및 파손성 여부에 따라 배송비 추가 가능
항공,우편,퀵배송 등 구매자요청 시 추가 비용 구매자부담

상담안내

영업시간 10:00 ~ 19:00 (일요일, 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12:00 ~ 13:00
주문이 어려우시거나 대기업/관공서, 기타 문의사항이 있는 경우 상담 후 진행 / 02-543-6151

TOP
oNline Web Fo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