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뮤제 한정선 작가 초대전

아트뮤제 기획초대전

 

전시제목 : 야생(野生)의 사고(思考) untamed thoughts

전시 내용: 이번 전시 '야생의 사고'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겪는 피로, 무기력, 우울 등의 감정을 '늑대의 시선'을 통해 표현한 작품들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의 사고'를 통해 삶과 사회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저항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작품에 담고 있습니다.

전시 장소: 일원평생학습센터 내 갤러리(서울시 강남구 영동대로 22 일원스포츠문화센터 1층)

전시 기간: 2025.01.14 ~ 02.28 

관람 시간: 일원평생학습센터 운영시간과 동일(02-3423-7955)

전시 문의: 02-543-6151

 

아트뮤제는 <찾아가는 미술관> 기획전으로 <한정선 작가 초대전>을 서울 강남구 일원평생학습센터 전시장에서 진행합니다.

 

'늑대'를 모티브로 하여 현대인의 삶을 우화적으로 묘사하며, 이를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과 저항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기획한 "야생(野生)의 사고(思考) untamed thoughts" 전시에서는 한정선 작가의 삶의 철학과 예술적 열정이 깃든 22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며, 본 전시 기간중 전시와 함께 약 90분간 작가토크(작가의 작품세계 탐색, 작가대담, 도슨트, 작가싸인회 등) 행사가 2월중 예정되어 있습니다.

 

아트뮤제와 강남구 평생학습센터가 함께하는 이번 전시는 강남구 일원평생학습센터 1층 라운지에 전시관이 있으며, 일원평생학습센터가 ㈜아트뮤제와 2022년 업무협약을 맺고 만든 갤러리형 평생학습 공간입니다. 그동안 약 이상열, 한임수, 김양희, 안기호, 신상우, 박진이, 이재연, 김경이, 박노을, 양향옥, 다나박, 오현영, 이진하, 신은섭, 유창숙, 최소희, 차수임, 장남희, 이재윤, 이성미, 박정기, 김애옥 작가 등 약 30여명의 열정적이고 예술성 높은 작가들이 이곳에서 전시하였으며, 전시기간에는 누구나 무료로 감상하고 전시 기간 중 해당 작가를 만나는 행사에도 참석할 수 있습니다.

 





[혜림 한정선 작가노트]
야생(野生)의 사고(思考):
untamed thoughts

내 그림에서, 늑대는 저항정신이며, 삶을 성찰하는 눈동자이다. 늑대는 자본주의 세계의 일상성에 길들어 신성(神性)과 신화(神話)를 잃어버린 현대인의 남루한 순간들을 응시한다. 

'야생의 사고'는 프랑스의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에게 빌려왔다. 야생의 사고란 야만인의 사고도 아니고 미개인의 사고도 아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재배종화 되거나 가축화 된 사고와도 다른 길들여지지 않은 상태의 사고다. 어느 무엇에 묶이지 않고 인간 근원을 여는 신화 속으로, 문명과 야만의 구조 안과 밖으로, 또는 여러 방향으로 지평을 넓혀 새롭게 보는 열린 사고이다. 야생의 사고는 비시간적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만든 제도와 규범과 조건들에 스스로 묶이고, 갇히고, 강제 당하고, 그에 맞는 사람으로 제작되어진다. 그것은 아주 친절하고 내밀한 배려여서 사람들은 그것을 폭력이라고 느끼지 못한다. 이 조건들은 인간의 삶이 미치는 모든 영역과 모든 관계에서 사회적 집단 무의식과 개개인의 의식으로 전체주의처럼 뿌리내리고 스며들어 우리의 성(性)과 정신과 일상을 관리한다. 정신의 야생성, 노마드(nomad)적 사유와 함께 위반의 세계를 넘나드는 사람의 자유로운 생각과 상상은 인간 조건들의 금기라는 분재용 가위에 절단되고 눌리고 비틀린다. 그 틀을 벗어나면 비정상적이라는 이상한 인물로 규정되고 배제되고 소외된다. 끊임없이 과잉 생산되는 온갖 사물들의 정글에 둘러싸여 사는 현대인은 그 조건들이 가하는 보이지 않는 폭력에 길들여지고 무뎌져 사유하지 않는다. 삶에 쫓겨 한 방향으로 몰려다니는 물고기 떼 같은 일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원천적으로 지녔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무엇 때문에 존귀함을 잃어버렸고 자신의 존엄이 어디로 사라져 버렸는지, 그것을 어디서 되찾아 와야 하는지를 알지 못한다. 내면의 호소보다는 빈말에 귀를 기울이고 호기심 어린 눈을 빛내며 체면과 위세의 옷을 입고 혼불의 일렁임을 마냥 소비한다. 먹고 살기에 급급한 생활에 쫓겨 자신의 장미꽃이 흩어지는지도 모른다. 베일 뒤에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을 때는 배반감에 소름을 치며 거꾸로 머리를 박고 선 식물처럼 붉은 가시를 내민다. 그러나 금세 체념하고 자유와 존엄이 없는 소모품이 된 일상을 당연시 여긴다. “어쩔 수 없어. 삶이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저항할 힘이 소진된 무력감에 시달릴 뿐이다. 너무 방대하고 너무 거대하고 폭 넓고 아주 미세하게 자리하고 있어, 어느 누구에게도 그 무엇에게도 대적할 수 없으므로 막연한 상대에 대한 적의감과 피로감은 자신에게로 향한다. 쟝 보드리야르의 표현에 의하면, 자신의 피부 속으로 박힌 내 손톱 같은 피로감이다. 가축화된 현대인. 이 세상 사물들을 비싼 값에 사고팔고 옮겨주는 일을 하면서 주인이 주는 마른 짚을 받아먹고 달가워하는 당나귀나 다름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동굴에 갇혀 벽에 비친 그림자들만 보는 게 아니다. 어느 찰나, 별안간 25시 너머에서 찬란한 빛을 끌고 오기도 한다. 

늑대 다섯 마리가 비좁은 우리 안을 달리듯 빠른 걸음으로 맴도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서울대공원 늑대 우리에서였다. 늑대들은 대체로 메말랐으며, 털이 부스스하니 윤기가 없었고, 허벅지에는 이빨에 물린 깊은 상처가 있었다. 맴돌기를 멈추지 않는 늑대들은 매우 신경질적이었다. 맨 앞선 늑대는 뒤 따르는 무리들과 몸이 살짝만 닿아도 으르렁거렸고, 자기 말을 어기는 녀석을 철망 구석으로 몰아 물어뜯었다. 좁은 우리에 갇혀 조울증을 앓는 것처럼 보이던 늑대들은 내가 그 곳을 떠날 때까지 울타리를 맴돌았다.

나는 왜 늑대를 그리게 되었을까. 

내가 늑대와 만나게 된 것은 교사직을 잃고 모가지가 꺾인 듯한 20대 때의 내 상황이었다. 초록빛으로 싱싱해야 할 청년시절, 꽤 긴 시간, 잎이 노랗게 뜬 식물처럼 시들병을 앓았다. 그 무렵 ‘시튼의 동물기’를 읽다 늑대에 홀렸다. 늑대들의 조직생활, 동료애, 의협심,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등. 늑대들의 행동양식은 우리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냥꾼에게 쫓기다 동료들과 짝을 총에 잃고 다시 마을로 되돌아가 사냥꾼에게 복수하는, 늑대의 분노에 찬 얼굴과 푸른 눈동자가 자꾸 머릿속에 그려졌다. 고요한 밤이면 내 옆에서 짐승의 숨소리가 들렸다. 
 
세월이 흘러, 나는 벼랑에 서있는 나를 발견했다. 위축되고 쪼그라들어 싸우지도 못하는 비굴하고 남루한 모습. 그때 수치심과 분노에 찬 늑대의 눈동자와 또 다시 마주했다. 여간해선 말문을 잘 열지 않게 된 내가 이따금 우우 늑대 울음소리를 냈다. 나한테서 짐승 비린내가 나고 쉭쉭 맹수의 거친 숨소리가 났다. 방 안을 둘러보면 아무도 없었다. 환청이었다. 의사는 이명(耳鳴)이라고 했다. 꼬리를 내리고 털과 발톱을 깎고 초점을 잃은 눈동자를 한 가축화 된 인간, 바로 나였다. 늑대가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내 안으로 들어왔는지 알 수 없었다. 

천둥과 먹구름을 헤치고 나온 헤르메스의 사냥, 인식의 사냥이 시작되었다. 놓았던 붓을 들었다. 
- 해림 한정선-


참여작가
한정선
전시장소
강남구청 일원평생학습센터
전시기간
2025.01.14 ~ 2025.02.28
관람시간
[평일] / [주말]
전시주최/주관
아트뮤제
관람요금
무료
참여작품
말할 수 없는 2(unutterable 2) - 해림 한정선
25시 너머 1(beyond 25th hour 1) - 해림 한정선
보이지 않는 1(Invisible 1) - 해림 한정선
고백(confession) 참 예쁜 무의식 - 해림 한정선
당신의 초상(your portrait) - 해림 한정선
이율배반(Antinomie) - 해림 한정선
휴일(Holiday) - 해림 한정선
눈 오는 날(a snowy day) - 해림 한정선
귀갓길(the way back home) - 해림 한정선
당신의 오솔길(your winding trails) - 해림 한정선
터널을 지날 때(through the tunnel) - 해림 한정선
깊은 숲(deep forest) - 해림 한정선
말할 수 없는 1(unutterable 1) - 해림 한정선
보이지 않는 2(invisible 2) - 해림 한정선
에로티즘(erotism) - 해림 한정선
옴마니반메훔2 - 해림 한정선
尋牛_소리를 내다 - 해림 한정선
실의 depression - 해림 한정선
25시 너머 2(beyond 25th hour 2) - 해림 한정선
블랙홀-밥의 제국(black hole - empire of bread) - 해림 한정선
안개(fog) - 해림 한정선
尋牛_봄(spring) - 해림 한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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